[주민기고글]용현 5동 우날쓰 (우아한 날라리‘s)
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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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20:52:21
아이를 낳고 4년만에 처음으로 바쁜 연말을 보냈다. 10월에 시민공원에서 열린 <미추홀에 살어리랏다>에
참여하고 12월 학산소극장에서 올려진 극장판 준비때문이었다. 준비하면서는 내가 대체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니 1년간의 시간이 잘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되려
마음이 풍성해졌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지않고 동아리 안에서의 시간만 보냈다면 그동안의 시간이
무척 아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동네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할 만한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만은 확실하지만,15분가량의 짧은 시간에 10월에 올렸던 공연을 재탕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준비기간 한 달은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소극장이라니.
나 포함 동아리에 참여한 분들 대부분(75%. 4명 중 3명. 우리는 일당백이다.)이 제대로 된 연극 무대에
서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지만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정든 동아리 언니들과
선생님과 함께라면 못 해볼 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봐왔던 연극 무대의 배우들처럼 잘하지는 못 했지만 마음에 푸근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모임시간 마다 천천히 마음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주셨고 그 과정에 나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사람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게끔 해주셨다. 그 수업 자체가 한 편의 연극이 되었을 때 ‘연기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나 자신이 되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극 속에서의 가족이나 동네 이웃들처럼 친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우리 동아리원들이 아주 또래나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고 나이는 조금, 아주 조금.. 차이가 난다.
10년 이상의 나이차이에도 언니라고 부를 수 있었던 건(극중에서뿐만 아니다) 어디에서도 할 수 없었던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비판하거나 훈계하지 않고 위로하고 공감하게끔 되었던 모임분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임이 나에게 아주 소중했고 감사했다.
4월부터 12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동아리와 함께 맞을 수 있었던 건 장소제공과 준비물 준비,
스케줄 조정 등을 도맡아주신 학산문화원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다. 하고싶어서 자의로 모였음에도 이끌어
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계속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것에 끝나지않고 동아리들이 소통하면서 서로의 열정을 받아 발전해나가도록 하고 결과물을 발표하고
서로 관람하며 북돋아주는 축제의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성취감도 느끼고 그동안의 시간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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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날은 영하의 날씨였고 공연이 끝난 뒤엔 8시가 다 되어가는 밤이어서 더 추웠다.
포트락파티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맡기고 온 아들이 맘에 걸려 일찍 집에 돌아가야 했다.
함께했던 은실님께서도 다른 모임에 참여하셔야 하셔서 은실님의 차를 타고 함께 집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은실님이 말씀하셨다. 공연이 끝나고 “은실아 참 잘했다”하며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셨다고. 사실 나도 그랬다. 그동안은 스스로에게 “왜 이것밖에 못해? 넌 잘 하는게 없어?” 하며
늘 채찍질뿐이었던 것 같은데 아주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했다.
4계절 간 일주일에 한시간. 또 두 번의 공연. 글로 쓰자니 이렇게 별볼일 없는 사건이지만 이로인해
나에게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주민참여자 – 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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