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열정의 교집합을 찾을 그들, 셰프
매년 1월마다 생각합니다. 올해야말로 정말 보람차고 뿌듯하고 알차게 보내야지!
그리고 두어 달 즈음을 허비한 후, (학생이기에) 다시 3월이 되어 생각합니다. 이번 학기는 정말 열심히 공부할 거야!
그렇게 맞은 열 다섯번째 해, 그리고 6월이 되자마자 어느 새 타성에 젖어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십 년이 넘도록 일 년에 네 번씩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기고, 평가받으며 보내 왔잖아요 우리.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가 잘 하는 일조차, 아니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조차 긴가민가한 채 보내오고 있는 청춘.
6월의 첫 번째 날에 만난 이 영화, <쉐프>는 그런 청춘인 저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새해 및 새학기 전용 파워 업! 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주인공 자키의 초반 장면들은, 제 눈에는 조금 껄끄러웠습니다.
보통 영화를 볼 때, 초반에는 몰입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황당무계한 행동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받아들이잖아요.
일하던 레스토랑에선 재료와 레시피를 깐깐하게 따지며 이건 아니라고 외치다 짤리고,
술집에서 고품격 전통 요리를 내놓으려다 쫓겨나고,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결국 요리를 포기하고 얻은 창문닦이 일에서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요리사들에게 사사건건 간섭까지.
이런 모습들을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거이거 자키 씨, 그래도 되는 거예요?' 하며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인정받지도 못한 재능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안 되는 거 알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 거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말이예요.
그러나 자키가 유명 레스토랑 '카르고 라가르데'를 10년이 넘게 이끌어 왔음에도
올드한 요리를 한다는 이유로 새로 온 젊은 사장에게 내쫓길 위기에 처한 전설의 요리사, 알렉산드르를 만나며
상황은 점차 시니컬한 관객인 저를 빠져들게 만듭니다.
평소 존경하다 못해 그의 레시피를 연도별로 완벽하게 꿰고 있는 자키는 알렉산드르에게 인정받아 보조 요리사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따뜻하고 유쾌한 포스터에서 대부분의 영화 팬들이 읽어낼 수 있는 바로 그 결말을 맞이하게 되죠. :)
말씀드렸다시피 처음에는 연신 자키의 행동을 비현실적이고, 어이 없다며 비난하던 제가,
영화가 막을 내릴 즈음에는 부러움과 동경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더랬습니다.
자신을 요리 천재라고 생각하는 재능에 대한 당당함부터, 자신이 꿈꾸는 직업을 향해 달려가는 패기까지.
전부 제게는 없는 것들이었거든요. (사실, 물론 자키가 주변에 흔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말이예요. ^^;)
항상 타성에 젖어 주어진 일에만 급급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히 부족했던 저.
<쉐프>를 통해 저도 자키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모할지언정 개척하려 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지언정 스스로를 믿는.
물론 <쉐프>를 보신다면 알겠지만, 이러한 여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내에게 창문닦이 일을 그만두고 카르고 라가르네의 보조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한 자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자 힘겹게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알렉산드르 역시 예외는 아니죠. 그 역시 논문 심사에 와달라고 몇 번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의 별점을 지켜내는 데만 급급한 요리광 아버지에게 상처 입은 딸의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합니다.
내가 열정을 갖고 하려는 이 일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에 흠집을 낸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물론 자키와 알렉산드르는 주연들답게 그 교집합을 완벽하게 손에 거머쥡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 두 주인공, 지나칠 정도로 부러운걸요!
혹자는 이상일 뿐이고 영화일 뿐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결심했어요, 그 교집합 속에 머무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당장은 눈 앞에 닥친 기말고사 공부 및 과제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지금, 꿈 혹은 현실 앞에 좌절하고 낙담하신 분들은
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쉐프>를 감상해 보심이 어떨지요.
지금까지 영화공간주안 4기 리뷰어, 은혜였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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