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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 문계봉 회장

sunny 0 6099 2014-05-27 08:31:47

인터뷰 / 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 문계봉 회장

 

 

모두가 ‘시인’인 살맛나는 세상 됐으면

 

 

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 문계봉 회장, 그는 참 바쁜 사람이다. 작가회의 인천지회장으로서의 활동은 물론 인천노동문화제의 공동조직위원장과 인천민예총 편집위원과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또 인천지역 문학계간지인 ‘작가들’의 발행인이자 종합문화매거진인 ‘옐로우’의 편집주간이기도 하다. 엮인 곳과 발담은 곳이 많기에 그의 하루는 고단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그는 입 주변이 부르튼 상태였다.

 

“인천 토박이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 많아요. 인정상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지역 현안이라 빠질 수가 없는 거죠.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니까요.”

지난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등단과 동시에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 인천지회가 만들어질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회장으로 선임됐다. 작가회의 인천지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오롯이 함께 해온 만큼 회장으로서의 다짐도 남다르다.

 

“작가회의가 문화센터 문학 동호회처럼 현실과 담 쌓은 채 자족적인 활동에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의 질곡과 부조리에 눈을 돌리면서도 아울러 좋은 작품을 창작해 내는 작가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 의료, 복지까지도 경제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요즘의 현실 속에서 작가로서의 본분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대사를 보면 암울했던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함으로써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고 어두운 시대의 등불이 됐던 수많은 문학가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때론 한 편의 시가 만 명의 사람을 울리기도 할 만큼 문학의 힘이 대단하지요. 하지만 작가는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문제만 제기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숨어 있는 진실과 보이지 않는 희망을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얼리스트의 눈으로 현실을 냉정하게 보되 작품은 현실 이상의 희망까지도 담을 수 있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는 거죠. 이것이 바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이죠. 나아가 모든 시민들이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그래서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모두가 시인이라서 시인이라는 특화된 계층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 때야말로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아닐까요.”

최근 문 회장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학생들에게 띄우는 ‘진혼곡조(鎭魂曲調)’라는 작품을 써서 안산촛불문화제 때 낭송했다.

 

“처음엔 대부분의 아이들을 구조해 낼 거라는 생각에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정말 분노했어요.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학살과 다를 바 없죠. 시를 쓸 때 심정도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요. 저는 이번 참사가 관계 기관의 작위 혹은 부작위에 의한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 이상 지났다. 일부에서는 이쯤에서 일단락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아직 참사의 원인조차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서 특검과 국조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합동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 역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때문에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슬픔과 분노를 넘어 잘못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실천과 힘의 결집을 위한 구체적인 단위나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지, 지원이 있어야 하겠지요.”

 

글, 사진 : 남구학산문화원 '학산문화예술@TV' 시민기자 장경선

 

 

진혼곡조(鎭魂曲調) / 문계봉

 

기억하마. 아들아, 딸아.

꽃 피는 봄날, 너희는 그렇듯 지고,

채 피지 못한 너희의 꿈들이 아우성치는

진도 앞바다, 미처 눈물 흘릴 틈도 없이,

도둑처럼 찾아든, 그 매정한 물결 너머로

부표(浮漂)처럼 떠다니는 너희의 마지막 웃음소리.

 

 

기억하마. 멈춰진 시간과 함께 물에 잠긴

너희의 꿈, 너희의 노래, 너희의 환한 인사.

기억하마. 이후로 오랫동안

못난 어른들의 무심한 일상 위를

질기디질긴 환청으로 흐를 너희의 절규,

너희의 원망, 야속해하던 눈빛, 기억하마.

 

 

꽃은 져도 뿌리 근처에 머문다지만,

그러나 너희는 결코 용서하지 마라.

어른들의 탐욕과,

어른들의 안일과,

어른들의 나태와,

어른들의 무관심과,

너희의 화사한 희망을 시샘한 ‘세월’의 용렬(庸劣)을

결코, 결단코 용서하지 마라.

 

 

다만, 아들아, 딸아.

못다 부른 노래, 차마 못한 이야기는

너희가 살던 곳, 꽃과 나무와 새들이 마저 하고,

너희 눈이 닿았던 모든 사물들이 대신하리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치욕의 땅,

어른들의 세상에 미련 갖지 말고 부디 편히 가거라.

 

 

그리하여 봄, 가을의 꽃과

여름날 소나기와,

겨울날의 눈과 바람으로

너희 다시 이곳을 찾을 때까지

내 너희를 위하여 짧은 노래를 지어 부르니,

탐욕과 안일과 나태와 무관심이 없는,

다만 너희의 꿈만이 오롯한 꽃으로 피어날 그곳,

멀고 먼 하늘 길 쉬엄쉬엄 가면서

노래를 불러라. 뒤돌아보아선 안 되느니.

 

세월호 추모시 글. 문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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