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화2,3동 어수선, 학익1동 마냥
-2018학산마당극놀래 강사평 (오지나)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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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19:56:33
마당예술강사 오지나(도화2,3동 어수선, 학익1동 마냥)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이 하게 된 도화 2,3동 어수선. 전년도의 멤버가 거의 다 모여 다시금 수업이 시작되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야심한 밤에 가족들을 잘 챙기지 못하고 연습을 진행해야 해서 많이들 힘들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다들 모였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 모임. 그렇게 우리는 식구들의 이른 저녁을 챙겨주고 헐레벌떡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기존의 멤버로 시작하는 수업을 벽깨기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 도화 2,3동은 초반부터 올핸 어떤 주제의 공연을 할까를 고심했다. 작년 주제를 정하기까지 갈등을 찾기 힘들어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주제의 즉흥극 짜기를 시작, ‘환경극’을 하기로 했다. 나만 그럴까? 연극 작업을 할 때 환경을 다루는 문제는 참 힘들다. 도화 2,3동은 초반부터 극에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지는 말자!를 기본으로 시작했다. 매 수업 여러 상황으로 극을 짤 때도 정보전달은 배제되게 극을 짰다.
계속 즉흥극을 짜는데도 이거다 할 만한 스토리가 정해지지 않고 7월이 찾아왔다. 우린 모두 스마트한 삶을 살아보자고 하고 모둠별로 스마트한 삶을 살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과 일회용 남발의 하루를 사는데... 아줌마들이다. 참 스마트해지기 힘들다. 나는 다시 제한된 상황을 제시한다. “이제 스마트한 삶에서 제한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도 전기도 모두” 극 짜기를 하는데 날이 더워서 였을까? 상추가 자꾸 묻는다. “물은 몇 리터 써요? 각자 써요? 전기는 하루 얼마나? 자가발전해서 쓰는 건 돼요? 이정도면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등등. “으악!! 그만!!! 그냥 계엄령이 떨어졌어요. 다 안돼!!!! 어? 계엄령? 이거 좋은데?” 이렇게 우리 공연의 주제는 만들어졌다.
계엄령이 떨어진 상황에 이들이 걱정한 건 바로 우리 집 냉장고와 생리현상 해결이었다. 역시 주부들이다. 우린 생리현상 해결로 집중했다. 그래서 ‘환경계엄령-대변재앙’이다. 이야기는 빨리 만들어졌고 정말 빠른 시간에 장면이 나왔는데 다음 문제는 엄청난 양의 소품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슬쩍 발을 뺐다. 다들 알아서 자신의 소품을 욕심껏 아무지게 설정해 챙기는 모습들이 천상 배우들이다. 그 중 압권은 똥모자. 파는 똥모자를 보며 욕심은 나지만 비싸니 포기하고 간단하게 만들자고 했는데 어느 날 가보니 파는 똥모자보다 더 멋진 똥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우리 마당지기에게 감탄했던 부분이다. 늦은 시간까지 소품 만들며 연습하며 보낸 시간들이다. 이렇게 우리의 공연이 만들어졌고 참 멋지게 공연을 마쳤다.
공연 막바지 저녁, 이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게 생활예술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사진 한 컷으로 기억나는 그날의 모습. 하나 둘 모여서 다 모이길 기다리며 손으로 소품을 만들면서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도시는 삭막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참 사람 냄새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생활예술이란 이렇게 사람냄새 풍기게 하는 거여야지’ 생각하며 혼자 슬쩍 미소지어 본 저녁이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학익1동 시각장애인 복지관의 연극 동아리 ‘마냥’. 올해는 신입이 세분이나 되었다. 그 중엔 우리 팀의 평균 연령을 훅 내려주는 20대도 들어왔는데 아기엄마였다.
작년엔 시각장애인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정안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가질 수 있는 고민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많은 즉흥극을 하며 주제 찾기를 했으나 좀처럼 이야깃 거리가 나오지 않아 고민일 즈음 20대 신입 아기엄마 ‘이팝’은 이 모임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고백을 한다. 왜 좋으냐고 물으니 아기 키우며 많이 힘들었는데 여기 오면 어른들이 도움되는 이야기도 해주고 많은 위로를 받는단다. 우리 주제는 그래서 양육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우린 육아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즉흥극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에피소드는 많은데 주제를 어우를 스토리가 나오지 않아 고민중이던 여름날, 출석도 저조해 우린 급 카페로 나들이를 나가기로 한다. 좌 ‘덕분에’ 우 ‘이팝’의 팔짱을 끼고 걸어갈 때 갑자기 묻지도 않았는데 ‘덕분에’가 딸 이야기를 해 준다. “쌤 우리 딸이 유치원 때 말이에요..” 우리 ‘두 개의 항아리’ 공연의 주인공 이야기는 이렇게 느닷없이 쌩뚱 맞게 운명처럼 찾아왔다. ‘덕분에’도 그날 왜 갑자기 이야기하게 되었는지는.....
우리 양육스토리는 연습 내내 우리에게 힐링의 시간이었다. 많이 눈물 짓고 웃음지은 시간이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렇게 행복한 연습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내 행복이었던 시간이다. 마냥엔 노래선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꼭 노래를 한 곡 넣어 뽐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노래가 ‘당신 생각’이란 노래인데 어쩜 그리도 우리 공연에 딱 맞춘 노래일까 싶다.
올해 마냥의 공연을 이야기하자면 참 운명 같은 사건들과 시간들로 채워진 힐링여행 같다. 마냥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준 우리 ‘마냥’팀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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