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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kang 0 5655 2014-04-28 05:17:49

~ 예전에 바닷물이 들어오던 갯골이 있어“ 배와 배를 연결해서 다리를 만들어 건너 다녔다.”“배가 드나드는 다리가 있었다.”라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 배다리
근대 문화가 태동한 배다리 마을을 찾아가보았습니다.

 

인천 동구 금곡동·창영동·송림동 일대 배다리. 이곳을 거니는 오후는 여유롭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배다리는 예전과 별반 다른 것이 없습니다. 인천이 고향인 필자는 1980년대 교통의 중심지이자 상가로 번화했던 거리 동인천과 아울러 책방이 있던 배다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집에서 거리가 꽤 있지만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참고서를 싸게 사기 위해 왔던 곳입니다.
동인천의 번잡함과는 다른 변두리 분위기가 나는 이곳을 시간이 생기고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 중앙시장까지 걸어와 책방거리를 한 번 휘졌고 가는 것도 동인천 나들이의 한몫이었습니다.
불혹이 훨씬 지나 발길이 뜸했던 이곳을 찾아와 보니 30년이 넘은 시간 속의 배다리는 그 골목과 길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도로라고 할 만한 책방 거리는 서점이 많이 줄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형태가 바뀌어 있지 않았습니다.
한 마을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도시가 불도저와 포크레인으로 부셔지기도 시대에 세 번의 강산이 바뀌었는데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 하리 만큼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담을 쌓아올린 벽돌과 높지 않은 지붕의 집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오래 전 40개의 서점이 있었던 골목은 헌책을 파는 아벨 서점을 비롯하여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찻집 그리고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세련됨을 가미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배다리하면 언제부터인가 떠오르는 모습. 옛 인천 양조장 건물에 있는 스페이스 빔입니다. 커다란 깡통로봇이 철문 옆에 서서 안내자 역할을 하는 궁금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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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빔은 대안적 미술활동 공간입니다. 1995년 ‘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출발하여 스터디 진행 및 미술전문지 발간, 전시기획 활동을 벌려오다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2년 1월 인천 구월동에 개관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7년 9월 근대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있는 배다리로 이전, 지역의 다각적 활동 속에서 바람직한 도시 공동체 인천을 만들어 나가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와 함께 배다리 역사문화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항장과 배다리의 역사에 대해서


“개항장과 비교하자면 인천이 1883년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되던 시기 자유공원일대에 외부세력이 점령을 하고 거기서 밀려난 조선 사람들이 삶의 근거지를 확보한 곳이 이 배다리라 할 수 있어요. 배다리는 순수한 조선 사람들 노동자 서민들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러면서도 그 어려웠던 시기. 그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간 곳이기도 하고 뜻있는 분들이 이곳에 와서 의지와 노력의 힘을 보탠 곳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감리회 선교사기지를 만들고 초등교육기관인 영화학당이 1892년 세워지고 뜻있는 분들이 순수 민족자본으로 1907년 인천 첫 공립보통학교 창영초등학교를 세우게 되며 서구식 교육의 발상지가 됩니다. 또1917년 국내 최초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과‘인천양조장도 둥지를 틀게 됩니다.”

배다리 마을을 두 동강 낸 산업도로공사와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마을에 인천시 국책 사업으로 경제자유구역 송도와 청라 지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 관통하게 되었어요. 2006년 말에 구상이 이루어지고 철거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는데 공사를 시작하려고 할 때 주민들은 문화 활동가, 시민단체들, 성직자들과 함께 반대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폭 50M 10차선 도로가 생기면 소음과 공해가 생기고 보행에 심각한 지장을 줍니다.
도로 생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인데 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삶의 안정성을 뒤집어엎는 것이며 마을이 두 동강 나고 공동체가 깨지게 되죠. 속도와 효율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그런 것들의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결국 인천시는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포기하고 지하로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인천시는 지난해 동인천역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전면 철거 방식이었던 배다리 구역을 ‘존치 관리’로 변경해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구역은 현재 상태로 그대로 두게 되었습니다.“

배다리 역사문화 마을 만들기 활동과 과정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 모임>을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 모임>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업도로 반대”에서 “배다리는 살아있는 인천의 역사입니다”로 구호를 바꾸었어요. <배다리 문화 선언>을 선포하고 배다리마을에 터를 잡은 각 문화 공간들이 각자의 건물을 창의적으로 개보수, 활용하며 도시 재생의 작은 모범사례를 보여주면서 마을 공동체를 위한 활동과 사업 또한 다양하고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마을 벽화 그리기, 간판 개선 사업, 텃밭 가꾸기, 인천근대역사탐방 인천장정, 시 낭송회, 배다리 주말극장, 동네 미(美)술고장 ‘땜빵’. 지역화폐 ‘띠앗’, 생활문화 공동체 활성화 사업, 레지던시프로그램, 배다리 인문학교실, 벼룩 시장, 배다리 문화 축전 등 이런 노력들이 산업도로를 지하화하고 재정비촉진사업지에서 제척을 약속받게 되었어요.
2010년 5월 큰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한 배다리 활동 조직 및 구성원들은 '역사·문화·생활·생태 공동체 조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만들게 됩니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에서 추진하고 싶은 문화예술 활동과 지속발전 전략에 대해.

“도시재생 ,원도심 활성화 계획은 단순한 활성화를 넘어서서 대안적인 마을공동체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몰려들고 돈 많이 쓰고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라는 것이 더불어 잘살자 인데 더불어 살려면 나 중심적 생각에서 생각을 넓혀 마을로 도시로 나라로 지구촌 차원까지 확대되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내가 포기할 것, 희생할 것, 배려할 것, 그런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해 나가려면 일상 습관 속에서 마을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야 한다는 거지요.
개인 일상에서는 구체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적극적으로 한다든지 일회용 컵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맞물려서 버려지는 자원들을 재활용 할 수 있는 뿐만 아니라 마을이나 도시에 가능한 시스템화를 갖추고 서로 네트워트 협업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만이 잘사는 것이 아니라 타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것이 마을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민운기 대표는 배다리 역사마을 만들기의 의미는 ‘배다리 마을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배다리 싸움’이 도로 하나 막고, 마을 하나 건져내자는 것이 아닌, 속도와 효율, 이익과 성장만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개발 논리, 도시상품화 논리에 대한 성찰이자 저항이며,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모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은 다름 아닌, 주민 및 시민들이 도시를 살아가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공공적, 공익적 권리를 되찾고, 나아가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구조와 조건,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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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역사문화 마을은 배다리 사태를 겪으면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문화공간과 활동가들의 주도로 여러 형태의 문화행사와 더불어 삶의 진정성에 대한 논의와 고민 그리고 마을 공동체에 대한 실천이 있습니다. 역사를 이어오며 삶의 문화를 가꾸어 가는 배다리는 꿈을 꿉니다. 생활 생태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마을을 지키고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스페이스 빔의 2011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자인 에밀리아 (리투아니아) 작가가 진행했던 <배다리 공화국> 프로젝트 중 배다리헌법 조항 45 개 중 일부입니다. 배다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모든 사람은 그들의 권리를 알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빨리빨리 생활 방식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배다리 골목에 빨간 고추를 말릴 권리가 있다.”
 “모든 고양이는 언제 어디든 걸어 다닐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국가에 참여하고 배다리공화국 헌법의 권리에 입각하여 배다리의 변화를 만들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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