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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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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고글]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전현정 0 6257 2018-12-31 09:21:31
제목: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올봄.
첫 애가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고 나에게 여유가 찾아왔다.
그러던 중 한 학부모를 알게 되었는데 마을에서 연극을 한단다.
어렸을 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동안 공부, 직장,  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로 점점 차순위로 밀려나 연극은 점점 내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것이 멀리 돌아서 이제 왔나보다.'
월요일은 엄마도 할 일이 있다며 같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남편도 싫어하는 기색은 없다 오히려 잘 해서 나중에 돈 벌어오란다.
우리는'주안 3동'에 연극하러 온 마을 주민들이 하는 공연이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미추홀구에서 비영리로 운영되는 미추홀구학산 문화원의 직원 한명과 함께 가을까지 준비해서 공연을 한다. 처음엔 인원이 많았지만 결국 공연을 이끌고 참여하는 사람은 7명. .
시작할때 이름 대신 자기가 원하는 별명을 만들고 부른다.  아마도 친밀감 형성 되기 위함인가보다.
나를 이곳에 소개 시켜준 학부모는 별명이 '쌘언니'다.
실제로 강해 보인다. 하지만 인정이 많을 것같고 착해 보인다.
그냥 막 ' 언니' 라 부르고 싶다.
이 중에 열정적인 분이 계신다. '라일락'님, 알고 보니 70이 넘으셨단다.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의상까지 꼼꼼히 신경 써서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인원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구세주가 되신 분이 계신다. '봄 날'님, 그분 또한 손주를 볼 어르신인데 아주 열정적이고 연극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이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별명으로 함께 한 새댁이 있다. 가끔 3살 아들을 데리고 연습을 같이 해 나갔다.  사랑님이 공연 소감을 말한 것처럼 나이를 아우르며 서로 유대감이 만들어지고 멀게만 느껴지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사실 이 관계가 큰 불평 없이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중 하나는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처음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을 확인하면서도 이야기를 쉽게 끊지 않고 공감해주며 결국 이번 공연이 잘 마무리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 아닌가 한다.
 가끔 우리 아이들이 와서 방해가 되어도 쉽게 꾸중하지 않고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주셨다. 난 정말 선생님을 보면서 ' 아, 이렇게도 이끌 수 있구나!' 느끼며 지도력에 놀랐다.
마지막으로 중간 역할을 잘 해주신 우리 '귀요미' 님으로 활동하신  직원분이 계신다. 비록 일 때문에 만났기에 형식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긍정적으로 열심히 해 주셨다.
후기를 쓰라는데 이건 인물탐구 수준이다.
 아마도 우리 공연이 재개발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소재로 한 이기주의, 개인주의 다룬 이야기로 나와 우리 주변 그리고 사람들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이제 막 친해질만하니까 헤어진듯하다.
내년에 또 만나서 조금 더 두터운 관계가 되길 바란다.
 
@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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