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수 보이체크 김유정 연출을 만나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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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09:46:32
오늘은 남구 학산 소극장에서 ‘개장수 보이체크’라는 공연을 올린
김유정 연출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녀는 올해 29살입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에게 이번 작품은 첫 연출작입니다.
저는 작품에서 그녀와 함께 연기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늘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들보다 열심인 그런 배우로 기억합니다.
그런 그녀가 배우가 아닌 연출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interview]
Q. 조금 놀랐습니다. 연출이라니요? 원래부터 연출가의 꿈이 있었던 건가요?
- (웃음) 연출가라니요. 너무 거창해요.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꼭 한번 연출을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의 입장이 아닌 연출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가 연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작품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Q. 첫 연출작으로 보이체크라는 작품을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2006년 대학교 연극 전공시절에 보이체크작품으로
배우로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작품에 매력을 느껴
그 기억으로 2013년에 연출로 도전해 보았습니다.
Q. 흔히 사용되어지는 보이체크 라는 제목에 개장수란 이름을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보이체크가 극에서 개장수 생체실험대상자 구두닦이로 밤낮없이 일을 해요,
가난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일만하는 보이첵은 고용주들에게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그들 사이에서 인간 소외를 당해요.
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조차 받을 수 없고 무시를 당하는 보이첵의 모습은
이기적이게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는 식용개와 닮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첵이 개의 목을 자르고 개들로부터 동질감을 느껴요.
사회의 모순은 보이첵이 개의 목을 자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요.
Q. 연출로서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이며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 저는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출 의도가 뚜렷했어요.
그것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관객이 쉽고 흥미롭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지요.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은 일 같아요.(웃음)
Q. 연출의도가 뚜렷하다고 하셨죠?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이 무엇 이였나요?
- 어느 날 뉴스에서 어떤 여자가 응급실까지 쫒아가서
남자를 죽인 사건이 방영 됐었어요. 그땐 굉장히 충격적 이었어요.
사실 그런 살인사건이 사회에서 종종 일어나잖아요.
그리고 사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고요.
작품에서는 보이체크의 살인에 대하여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요.
보이체크의 상황에서 과연 그가 한 행동이 개인의 문제일지 아님 사회의 문제일지.
Q. 연출과 배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 배우를 했을 때 드는 생각, 감정은 말로 설명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행동으로 표현을 했었는데 연출은 드는 생각,
감각들을 잘 정리를 해서 상대방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전달을 해야 하더라구요.
배우도 연출도 말을 잘해야 하는 건가 봐요.
그리고 배우는 자기 자신을 잘 챙겨야 하고 연출은 전체를 잘 챙겨야 하더라구요.
Q.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오면서 힘들었던
혹은 좋았던 기억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 힘들었던 부분보다는 사실 좋았던 부분이 더 커요.
저의 처녀작이라는데 의미도 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 온 몸으로 쏟아낸 작품이라 이 기억은 굉장히 소중하죠.
모두가 저를 믿어주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어요.
Q. 함께해준 배우분들과 동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그리고 저를 믿고 끝까지 따라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Q. 첫 공연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글쎄요...(웃음) 솔직히 정신을 못차렸던거 같아요.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리고 엄청 긴장했었구요.
Q. 연출을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 창작 작품을 하고자 해요. 부끄럽지만 조금씩 쓰고 있는 작품도 있고요.
Q. 이번 공연이 배우 김유정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 같나요?
- 연출을 하면서 다양한 시선을 가지게 됐어요. 사람을 만나는 법도 배웠구요.
그리고 이 기억들이 쌓여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 저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우이길 바래요.
그리고 많은 관객분들과 자주 만나길 늘 소망합니다.
통유리로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조금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20대 마지막에 한가지의 꿈을 이루어서
너무도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앳띤 외모의 그녀에게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를 만나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봄 바람처럼 간질간질 합니다.
늘 그렇듯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면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입니다.
그럼 곧 차가운 바람이 그리워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오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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