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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4. 우리 이야기를 예술적 표현으로, 수준 높아진 ‘10분 촌극’

admin 0 3093 2015-12-08 22:32:34

우리 이야기를 예술적 표현으로, 수준 높아진 ‘10분 촌극’

- 2015 학산 마당극 놀래, 마당예술동아리 경연마당 심사평

하영권

(학산마당극놀래 2015 심사위원)

 

2015년 9월19일, 인천 남구 주안역 광장에 문화예술 ‘마당’이 열렸다. 주안미디어축제의 마지막 날 열린 ‘학산마당극놀래 2015 - 학산마당예술 동아리 경연마당’은 마디마디 촌극으로 총4시간 이어졌다. 2015년 준비된 것은 21개 동의 총25개 작품. 참석 가능한 19개 팀이 경연마당에 작품을 올렸다.

5명의 심사위원은 6개의 작품을 ‘작품상’으로 선정했다. 심사기준은 ‘남구의 이야기를 해학과 풍자로 표현하여 마당의 정신을 살린 작품’.

 

오전 2시간, 10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좀 들어보소] 용현3동 ‘용삼풍물단’의 풍물. 가락은 좋았지만, 덕담이 따로 놀았다. [봄,여름...그리고] ‘학산춤패’의 춤판. 유행가 + 패션쇼 + 막춤이 잘 어우러졌다. [문전수거] 주안1동 ‘민요걸스’의 민요극. 쓰레기의 범인을 찾는 수사상황극으로 구성. 노래가사 바꾸기와 수다로 풀어갔다. 연습 부족이 흠.

[다함께 춤] 용현2동 ‘해피댄스’의 춤판. 잘 아는 노래로 신나는 춤판. 가장 쉬운 접근법이지만, 이야기가 아쉬웠다. [일방통행] 주안2동 ‘모날공’의 연극. ‘속

터지는’ 골목길 갈등을 여러 장면으로 풀었다. 핸들 하나로 차가 되듯, 이야기도 그처럼 간결했더라면. 열린 공간의 마당극은 아기자기보다 굵직굵직해야. [게섯거라Ⅱ] 도화1동 ‘등불’의 퍼포먼스. 자율방범 활동을 소개하거나 높은 분들을 무대로 불러내어 도둑을 찾는 시도는 좋았지만, ‘도둑들’ 풍자는 하다가 말았다. 카드 섹션으로 잘 마무리.

[쭘마들의 수다] 숭의2동 ‘얼쑤’의 창작탈춤. ‘영부인’님 등장이 백미였다. 외모 성형 이야기를 자연스런 수다판으로 잘 풀었다. 많은 연습 덕에 춤사위도 깔끔. [들리나요?] 문학동 ‘둥이둥둥’의 연극. ‘어른들은 몰라요!’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잘 전달되었다. 골목길 놀이 장면, 마음의 상처를 드러낸 아이들의 대사. 학예회식 아동극을 넘어선 수작이었다. [어찌됐던 신명나게] 주안5동 ‘잘나간다 통통통’의 탈춤. 동네이야기를 별산대 불림에 얹어 풀어낸 창작탈춤. 창작가면과 가발, ‘탈맛’ 났다.

[도깨비들의 ‘난장’] 용현1·4동 풍물단 ‘한결’의 풍물. 풍물패 진싸움에 인형극을 결합하다니, 대박이다. 힘자랑하는 도깨비들이 악기로 변신하고 동네경쟁으로 이어나간 구성도 뛰어났다. 관객들도 덩달아 막춤. 작품상, 자격 있다.

 

모든 연행예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5단계가 있다. 씨(주어) > 뼈(구조) > 살(대사) > 피(강약) > 꼴(첨삭).

마당극 특히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촌극은 그 모든 과정에서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난다. 까먹거나 서투르거나 엇박자를 내거나. 그래서 마지막 단계, 꼴을 갖추는 과정에서 과감한 생략이 필요하다. 가지치기를 잘해야 식물이 잘 자라듯, 마당예술은 더 그렇다. 한번만 더 가지를 쳐냈더라면, 군더더기를 그냥 없앴더라면 뼈와 살과 피가 더 잘 만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오후 2시간, 9작품이 경연되었다.

[바래미아리랑Ⅱ] 주안5동 ‘바래미야학’의 사물놀이. Ⅰ의 속편인가? Ⅰ에서는 장애인들이 주인공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는 더부살이 느낌? [Dance with Mama] 학익2동 ‘반짝반짝무지개’의 춤. ‘율동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라는 발상은 좋았는데, 엄마의 율동에 비해 아이들의 몸짓은 엉거주춤. [너희 집 밥그릇이 몇 개냐?] 숭의4동 ‘아름’의 연극. 알고 보니 바로 옆집! 이웃의 단절이라는 주제를 여러 장면으로 잘 표현한 무대형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춤과 연기도 자연스러워. 작품상, 자격 있다.

[사미골 소리여행] 주안3동 ‘소리벗’의 창극. 사미골의 유래를 창극이라는 형식에 담은 창작방법은 어르신들로만 구성된 동아리에 적절했다. 뒷부분 ‘이름풀이’는 사족이었지만, 그래도 작품상. [통장동원령] 주안4동 ‘화통’의 창작탈춤.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통장들에게 또 ‘탈춤’ 공연 동원령! ‘지금 여기’라는 문제의식이 명료하여 ‘대박’이다. 동원령에 불만이라더니, 탈춤에 디스코까지 춤만 잘 추더라. 작품상, 자격 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주안8동 ‘둥우리’의 인형극. 장대에 매단 탈, 지역 내력인 화장터, 귀신들의 동창회 수다. 극적 장치들이 뛰어났다. 제사를 둘러싼 세태풍자도 통렬하다. 작품상, 자격 있다.

[이웃사촌] 주안6동 음악놀이터 ‘앙상블’의 노래극. 유행가를 개사하여 힘차고 즐겁고 간결하게 합창 한판. 듣기 좋았다. [관교동 로미오와 줄리엣] 관교동 ‘떴다! 관교동’의 민요극. 연출, 스토리, 연기, 소품, 관중의 호응까지 모두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세익스피어. 전문가의 적극 개입이 가시 같다. ‘너무 웃겨!’라는 추임새가 나왔을 정도로 워낙 잘해서, 어쩔 수 없이 작품상. [학나래 두드림] 학익1동 ‘학나래 두드림’의 난타. 난타만 잘 들었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4시간을 지켜본 심사위원들 이구동성으로, “지난 해보다 작품 수준이 좋아졌다.”는 평을 했다. 일부 연습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거나 부조화를 이룬 면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10분짜리 작품들이었다. 작품의 구성과 소품활용, 그리고 매체 불문하고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시도가 돋보였다.

몇 개의 작품은 ‘지도강사가 과도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마당극의 놀이정신이 ‘공동창작과 공동체성’에 있다는 점에서는 감점이었지만, 팀 전체가 충분한 연습했고 관객의 호응도 좋았다는 점에서는 ‘과정’을 중시하는 마당미학의 기준으로 가점이었다.

작년보다 수준 UP! 하지만, 경연 마당은 변화가 필요했다.시간을 10분 근처로 정하여 늘어짐이 없었던 것은 경연마당의 개선이었다. 그러나, 공연장은 마당극의 맛이 사는 마당이 아니라 그냥 ‘야외 가설무대’였고, 관객도 적은 썰렁한 대낮이었다. 일부 작품에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되었지만, 박수 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참여하기 힘든 마당 분위기는 개선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점에 특히 주목한다. ‘총화’로서의 경연마당이었나? ‘동아리’는 성장했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23일 동안 각 마을(동) 작은 축제를 줄지어 이어왔다. 사전 공연 및 리허설이 가능해 작품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 축제를 하나의 판으로 짰다면, 마지막 날 지류가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신명의 총화 마당이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날 ‘경연’은 있었고, 신명나는 ‘잔치’는 없었다.

참가한 동아리가 양적으로 늘었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동아리의 연속성과 질적 성장은 되새겨보아야 한다. 일부 동아리들은 작년 작품의 틀을 그대로 채용했다. 일부 동아리는 사라지고, 일부는 새로 만들어졌다. 마당극 축제가 10년 100년을 이어져야 제 역할을 한다면, 동아리도 결국 이어져야 한다. 작품은 반복할수록 성장한다. 동아리의 공동창작 능력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는 이어져야만 진화할 수 있다. 단순 반복을 넘어.

마당예술과 마당문화의 핵심 미학은 ‘과정’과 ‘공감’이다. ‘누구나 예술가’로 만드는 과정, 공동체(마을)의 공감대를 높이는 ‘소통’이 마당예술의 본질이다. 과정과 공감의 놀이정신을 강화하려면, ‘욕심’을 버려 쉽게 만들고 ‘탈정(脫井)’하여 매체를 융합하는 창작활동이 필요하다. 공동체와 예술매체는 상생한다. 마당예술동아리와 마당예술작품이 음양이 되어 교류하면 새로운 세상을 출산하는 법이다. 학산 마을에 마당극의 싹이 자라났다. 이제 가지를 죽죽 벋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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