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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로운 마당극 운동의 진원지, 학산 마당극 놀래

-학산마당극놀래2017 심사평 (하영권)

admin 0 6573 2017-10-30 19:35:42
새로운 마당극 운동의 진원지, 학산 마당극 놀래
- 이야기와 특성이 살아 있었다. 마당과 놀이가 더 살았으면
 
4년째 학산마당극 놀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놀래를 보고 배운 덕분에 내가 사는 동네인 서울 노원구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노원탈축제에서 마당무대(10월14일)를 열 수 있게 되었다. 학산마당극 놀래가 새로운 마당극 운동의 진원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노원구에서 열린 마당극제는 학산마당극 놀래의 4년 전 모습과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역량은 아직 부족하고 마당극에 대한 예술강사들의 시각도 정리되어 있지 못한 수준으로 겨우 마당판이 열렸다.
 
4년 동안 학산마당극 놀래에 대한 심사평에서 몇 가지 개선책을 언급해 왔다.
예술강사들이 자신의 장르나 좋아하는 전개방식보다는 주민의 참여가 더 쉬운 방식을 찾아달라는 부탁, 생활인들의 작품이니만큼 공연시간을 10분 내외로 정하여 늘어지는 현상을 좀 줄여보자는 제안, 형식보다는 스토리(이야기와 주제)에 더 중점을 두어달라는 요청, 같은 형식이 반복될수록 매너리즘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예술강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위기의식 등을 심사평을 통하여 지적해 왔다.
특히 지난 해에는 첨삭 즉 빼대에다가 살을 붙이고 난 뒤 다시 군더더기를 잘라내는 손질을 통하여 핵심에 집중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동안 학산마당극 놀래는 심사평을 통하여 언급한 여러 가지 사항들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개선의 모습을 보여 왔다.
 
올해 2017년의 마당극 놀래는 군더더기도 적었고, 각 작품마다 스토리들이 살아있었고, 시간의 늘어짐도 적은 편이었고, 주민의 참여와 반복적인 경험으로 인해 주민의 문화적 역량이 개선된 면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술강사들이 자신의 선호하는 형식을 살리면서도 주민중심의 공연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무대 공간도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배려되었다. 물론 공간과 축제가 별도의 공원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관객의 양은 좀 줄어들었지만. 마당의 집중성은 살아날 수 있었다.
 
우선 마당무대 전체에 대한 솔직한 지적부터 해본다.
 
올해 노원구에서 열린 마당극제에서는 무대와 관객석에 그냥 멍석만을 깔았다. 멍석에 사람들이 일부 앉고 또 둘러싸며 자연스럽게 마당을 형성했다. 지난 해의 실험무대에서 별도의 단층이 진 무대에서 마당극을 공연함으로써 등퇴장이 어색했고, 눈높이의 이질감 때문에 마당의 맛도 살리지 못했던 점을 개선한 것이다.
처음 멍석만이 깔려 있자 가장 어색해했던 사람들은 그동안 많은 공연을 해오던 연극 배우들이었다. 아스팔트 위에 그냥 멍석만 깔려있는 무대가 너무나 낯설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되면서 이 멍석 마당은 힘을 발휘했다. 흘러가는 관객의 입출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졌고(참여인원이 20만이 넘는 탈축제에서 변두리인 제3무대에 배치되었던 만큼 고정관객층이 애초에 없는 공간이었다), 극의 형식에 따라 멍석은 약간씩 위치를 이동하며 분위기를 변주하는 힘도 보여주었다.
특히 멍석마당이기에 구경꾼들이 격의 없이 참여했다. 사회자의 놀이마당(게임, 퀴즈, 막춤 등) 진행에 자유롭게 참여하여 흥을 돋웠다. 구경꾼과 놀이패 모두에게 가변적인 마당, 열려있으면서도 집중성을 보여주는 마당 역할을 멍석 몇 장으로 톡톡히 해냈다.
학산마당극 놀래에서도 마당과 무대라는 놀이공간에 대하여 다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같다. 노원구의 멍석마당처럼 소박한 마당(노원에서는 예산이 적어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측면도 있다)으로 하기에는 예산과 참여인원아 다른 만큼 더 적절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 같다.
구경꾼과 놀이패가 하나가 되어 판을 엮어나가는 것이 마당의 놀이정신이다. 하지만 학산마당극 놀래의 무대구조는 이 점에서는 아직 해결책이 더 남아 있다.
놀래가 작년에는 실내 실외 양 무대로 열려 양은 많았지만, 질적으로는 마당정신이 약해졌었다. 특히 실내 공연들은 마당의 놀이정신을 구현하지 못하였다. 이런 점은 올해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구경꾼과 놀이패 사이에는 턱이 놓여져 있다. 일부 구경꾼들이 무대로 올라왔지만,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그리고 노원에서처럼 참여형 놀이판은 시도하기가 힘든 구조였다.
지역현실과 주민의 역량에 알맞고, 구경꾼과 놀이패가 하나되는 마당정신이 살아있는 무대, 진짜 마당이라는 공간개념을 학산마당극 놀래가 보여주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노원에서의 경험에서 강!추!하는 것이다. 노원에서는 총10팀이 참가하여 12시부터 5시까지 5시간 마당판을 벌렸다. 12시 1번팀, 12시30분 2번팀 이렇게 공연시작 시간을 고정시키고 예고했다. 각 팀이 10분~20분 사이의 공연을 했으니 사이사이 남는 시간들이 많았다, 이를 채워준 것은 사회자였다. 팀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남는 시간에 맞추어 사회자가 게임이나 퀴즈 장기자랑 등을 통하여 선물까지 주면서 흥을 돋구었다. 그 결과 흘러가는 관객들이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하면서도 판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두 여배우의 맛깔스런 진행이 이번 마당무대를 살려냈다. 진행자가 판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었기에 각 팀 공연의 부족한 점이나 각 팀의 준비진행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점은 멍석마당이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러나 학산마당극 놀래에서는 사회자가 단순한 사회자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당놀이의 놀이패나 마당판의 진행자는 아니었다.
각 팀의 공연 시간의 처음을 고정시키고, 그 틈새 빈 시간들을 놀이꾼 사회자가 메꾸는 방식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멍석마당, 사회자의 마당놀이 이 두 가지 점 이외에는 학산마당극놀래가 노원의 마당극제보다 어느 면으로보나 앞서 있다.
 
상당한 정도의 연습량이 보이는 생활인 배우들의 기량, 그리고 전개방식과 소품의상, 미디어 배경의 활용 등 모든 면이 잘 갖추어져 이야기(스토리나 주제 등)가 살아 있었다.
이 점은 타 지역에서 배워야 할 부분들이다.
놀래에서도 초기에는 스토리를 가미시키기조차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스토리 중심이 정착되는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올해 2017년 학산마당극 놀래에서는 스토리 측면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우수했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살아있었다.
또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 소품 의상, 미디어 매체활용 모든 면에서 다양한 색깔, 팀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놀래의 초기에는 ‘마을 쓰레기 문제’라는 주제가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올해는 주제도 모두 다르고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등 매체 측면에서도 다양한 특성을 팀마다 가지고 있었다.
스토리에 대한 명확한 구현, 다양한 매체 특성과 팀 칼라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마당무대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각 작품마다 질적으로 성숙된 숙성의 맛이 배여 있었다.
오랜 기간 반복을 통하여 축적된 주민의 문화역량, 연습실을 따로 제공할 정도로 공공기관에서의 확실한 예산지원, 추진 주체의 축적된 시스템 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학산마당극놀래는 생활인 중심의 마당극의 부활과 새로운 전개를 위한 진원지이다. 놀래의 발전이 보다 현대화된 마당극운동의 모형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동안의 성과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질과 양,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문화적 원형을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한다. 마당극의 화려한 부활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만든 2017년 놀래 한마당이었다.
 
개별 작품에 대해서는 눈길을 끄는 몇 가지 점만을 언급한다.
 
숭의2동 ‘코스모스 핀 장시래’ : 만병통치병원이라는 아이디어와 전개방식은 참신했다. 늘어진 것이 유감. 압축이 필요했다.
 
주안2동 ‘이쁜 여우들’ : 동네문제를 집중적으로 탐사하고 무대 소품 장면 등등에서 잘 준비되었다. 문제는 잘 지적되었지만, 해결책이 ‘퉁’치고 끝났다.
 
용현1,4동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 : 쓰레기를 꽃으로 대체한다는 주제, 쉽게 참여하는 구조 등은 좋았다. 풍물이 필요없이 과했다.
 
주안3동 ‘생각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 : 공부파와 놀자파의 갈등, 좋은 전개였다. 갈등의 해소가 대충 끝난 것이 흠. 학교종 노래의 반복을 통한 장면전환, 시간여행 등 이야기를 푸는 장치가 좋았다.
 
주안6동 ‘닐리리야’ : 세대갈등을 잘 다루었다. 준비 및 연습량도 돋보였다. 노래로 연결하는 전개방식도 생활인들의 작품에서는 좋은 방법이다. 갈등의 해결 과정이 어색했다.
 
숭의1,3동 ‘나의 인천이야기’ : 어르신들의 팀에 어울리게 독특한 소품, 노래를 통한 반복 변주 등은 적절한 장치였다. 하지만, 난타 복장을 공들여 했던 만큼 짧더라도 생활난타 한가락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익1동 ‘노란 짜장면’ : ‘네가지 식당’, 이름 붙이기부터 연극적이다. 장애인의 현실을 잘 풍자해 주었다. 대사 주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박수를 보낸다. 감동 받았다.
 
도화1동 ‘쓰리고. 놀고 떠들고 신나고’ : ‘나는 갈 거야’ ‘나는 노인이 아니야’ 반복적인 외침은 살아났다. 사진, 어릴 적 놀이 등 도구도 잘 사용했다. 하지만, 제목과 같은 쓰리고 분위기는 살아나지 못했다. 4년 되었다지만, 발전이 더디게 보였다.
 
학익2동 ‘풀꽃’ : 소품 음악 분위기 등 이미지만으로 작품을 구성하여 마당극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 것은 좋은 시도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출연한 것도 칭찬 받을 부분이다. 하지만, 계절의 순환 반복을 넘어 반복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가 더 필요했다.
 
도화2,3동 ‘도화결의’ : 특별한 장치 없이 노래방 칸막이 소품 하나로 마당 분위기를 창출한 발랄한 연출이 돋보였다. 어느 면으로도 흠잡을 데 없은 마당극의 전형적인 기법들을 보여준 작품이다. 생활인들이 팀워크로 만드는 작품의 최고치를 보여주었다.
 
주안1동 ‘전국노래자랑-주안1동편’ :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손쉬운 형식을 채용해 관객과 밀착되도록 만들었다. 실버타운 문제 등 지역현안을 잘 삽입하고, 구석구석 깨알 재미를 잘 넣었다. 잘 만든 작품이다.
 
숭의4동 ‘내 인생의 황금기’ : 4년 동안 난타 장르를 전진시켜 왔다. 30년을 왔다갔다 하는 등 난타 장르에서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발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난타 자체의 음악성도 살려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용현5동 ‘맹이야 꽁이야’ :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보였다. ‘뻥치시네’를 반복하며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꾼 장면은 탁월했다. 하지만 맹꽁이의 재담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아쉽다.
 
학익1동 ‘크게 숨쉬기2’ : 대사는 하나도 없지만 이미지만으로 스토리를 살려낸 연출은 돋보였다. 난타도 살고, 환경문제도 부각시키고. 소품이 큰 역할을 했다. 마당극의 지평이 넓어져 가고 있다.
 
각각의 작품을 살펴보아도 장르의 다양성, 이야기의 생기발랄한 전개, 공들인 준비물 등 작품의 수준들이 향상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에 보였던 군더더기들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단지 갈등의 해소, 끝마무리 전개방식은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몇 년이 반복되면서 각 마을마다의 마당패가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동네 마당놀이패끼리의 경연장으로 자리잡은 학산마당극놀래.
동네에서 뿌리박고 자라나는 마당패를 통한 생활문화, 일놀이 문화의 보급이라는 새로운 생활문화운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생활인 중심의 마당문화운동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동네에 뿌리박음, 미디어와의 결합, 관민 합동의 축제 등 학산마당극놀래는 우리가 보고 배워야할 많은 것들이 갖추어진 한마당이다.
노원에서 처음 열린 행복한마당 탈마당극제도 학산마당극 놀래를 따라잡는 동네 축제로 자리잡아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해 본다.
하영권 (노원뉴스 나우온 편집장, 노원 탈마당극제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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