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배우는 맛에 여름 더위는 물러갑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다양한 인문학 강좌 개설-주민들에게 인문학 체험의 장 제공
송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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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13:47:53
'동양고전 인문학 산책'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조지형 연구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3시 미추홀구 용현동 미추홀학산문화원 3층 프로그램실에서는 빔프로젝트 화면을 이용한 한문강독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한낮 기온은 32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점심 먹은 오후라 나른할 수도 있겠지만, 수강생들의 눈빛은 배우는 즐거움으로 반짝인다.
한문 까막눈이라면 ‘검은 것은 글자요, 흰 바탕은 종이’라고 할 정도로 화면은 한자로 가득하다.
강사가 원전의 음을 읽고 뜻을 풀이하면, 머리가 희끗한 7명의 수강생들은 강사의 설명을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연실 고개를 끄덕인다.
강의는 중국 고전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한고조 유방이 이간계를 써서 항우로 하여금 책사 범증을 내치는 대목이었다.
김순희(남동구 만수동)씨는 “고전을 공부하면 삶을 반성하게 되고, 역사도 많이 알게 된다”며 “내가 박식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순래(남동구 구월동)씨는 “몇 천년 전 중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의 역사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은퇴해 술 먹고 놀러다니는 것보다 100배는 낫다”고 밝게 웃었다.
이날 강의는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지난 3월에 개강한 ‘동양고전 인문학 산책’ 시간이었다. 이 강의는 <사기>를 5강으로 나누어 지난 3월 말부터 진행되고 있다. 강좌는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강의 교재 <사기>
강의는 조지형 인천사연구소 연구원이 맡아 진행한다. 조 연구원은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초빙교수로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미추홀학산문화원과 인천사연구소가 지난 2월 업무협약(MOU)를 맺으면서 조 연구원이 강의를 맡게 됐다.
조 연구원은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인천평생학습관에서 ‘한문으로 배우는 동양사상’을 강의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일타 강사’였다. 동양고전에 목말랐던 일부 수강생들은 미추홀학산문화원 강좌까지 따라와 수강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지난 4월에 수강생 12명과 백두산과 고구려 유적지, 심양을 둘러보는 역사문화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조 연구원은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동양고전의 매력에 빠지는 것을 보고 보람과 책임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인문학적 사유를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술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인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강좌를 연이어 개설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인천사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 더해 학산포럼과 학산지속발전협의회, 철학 공부모임인 ‘철학 서성이다’와 상호교류협약을 맺었거나,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박성희 미추홀학산문화원 사무국장은 “마당예술동아리활동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좌도 늘려나갈 방침”이라며 “오는 8월에도 알찬 강좌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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