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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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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이주여성이 아닌 당당한 엄마로"

[특별기획] 학산愛피플-미추홀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

송정노 0 5062 2019-12-31 00:00:00
 
- 미추홀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국어 번역팀 배이루 씨
 
 
연극동아리 '클로벌'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미추홀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자윤 팀원과 배이루 팀원(오른쪽)
 
 

중국 이민·이주 동포들을 위한 한국어교육과 각종 도움, 중국어 번역 일을 맡고 있는 미추홀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배이루(33) 씨. 여타 한국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그 역시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이다.

이루 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 한국학과 입학해 한국을 꿈꿔오던 대학생 시절의 이루 씨. 그가 중국-한국 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지도 10여 년이 흘렀다.

바라던 곳에서 바라던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이루 씨는 이후 국제교육원의 한국어학당 프로그램을 마치고 아예 국립인천대학교에 편입까지 했다.

이제 이루 씨에게 한국은 ‘바라던 곳’을 넘어 ‘삶의 공간’이 됐다. 꿈 많던 대학생은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고, 열심히 노력해 쌓은 한국어 실력을 토대로 번역가라는 직업도 찾았다.

하지만 이루 씨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한국과 타국 간 문화의 차이. 외국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차별 섞인 타인의 시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주 여성으로서 한국에 정착한 이루 씨에게 이는 작지않은 설움으로 가슴 한 켠에 남았다.

 

 

 

그러던 중 이루 씨는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아니 그보다는 세상에 향해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이주·이민 여성들이 참여하는 다문화연극동아리 ‘클로벌’을 만들고 우리의 경험을 담은 공연을 우리가 직접 만들었어요”

학산문화원과 미추홀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손을 맞잡았다. 이주·이민 여성들이 연극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연계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 초까지 필리핀, 러시아, 캄보디아, 중국과 한국. 다섯 국적의 여성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연극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예술강사님의 지도 아래 오전부터 오후까지 쭉 진행된 연습은 동아리 회원들에게나 이루씨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습에 집중하다보면 집안일과 번역가 일에 작은 틈이 생겼고 그로 인해 갈등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즐거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가 당당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같은 경험, 같은 아픔을 가진 이주 여성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아픔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그래서 어떤 공연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었다.

이루 씨가 주인공을 맡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만든 공연은 ‘그렇게 며느리가 된다’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극.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어왔던 경험들을 토대로 명절에 일어날 수 있는 한국-타국 간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공연이다.

“아직까지도 잘 보이지 않는 차별은 물론 가시적인 차별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우리가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작은 공간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이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이것이 제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 입니다”

연극은 관객들, 특히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이루 씨는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조금씩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당당하고 싶습니다. 엄마가 중국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우리 아이 앞에서 내가 자신없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이루 씨가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다른 동아리 회원들도 연극을 준비하며 많이 밝아졌다.

“클로벌 회원들은 모두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 학산문화원에 감사하며, 내년에도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가능하면 아이들과 남편까지 참여할 수 있는 더 많은 공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연극동아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이루 회원

- 중화지가 회원들은 정식으로 춤을 배운 사람이 없다고 한다. 유튜브를 보고 춤을 익힌 후 반복 연습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전문공연팀 못지 않게 멋진 공연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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