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9 시민창작예술제 -학산마당예술놀래 심사평
-학산마당예술놀래2019 심사평 (신미선)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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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00:00:00
미추홀구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시민창작예술제 2019학산마당예술 ‘놀래’ 심사평
전문심사위원 신미선
고추 말리는 할매 시인 (숭의1·3동 글보다 꽃할매 / 연극)
첫머리에서 영상을 보여주는 것과 할머니들과의 대담이 두 축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고령의 배우들은 자신의 삶이 연극 일 텐데 짧게 말하고 짧게 들어야 한다는 제약이 내용을 심심하게 했다. 출연자들의 행복한 기억을 고추말리는 행위로 집약한 것은 참신한 접목이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극중에서 할머니들의 시 한편을 오롯이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나비의 꿈 (숭의2동 코스모스 핀 장사래 / 연극)
고령의 출연자들이 매번 참여하기 힘드셨을 것이고 공연할 즈음에는 지치셨을 만도 한데 끝까지 적극적으로 연기하셨다. 나비가 날아가는 영상을 배경으로 외로운 자신들의 이름과 소망을 말하는 장면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냈다. 맛있는 혼밥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사의 등장, 자연스럽게 노래 부르기, 중간 간식 시간, 칭찬릴레이 등 지루할 틈이 없게 다양한 형식을 가미했다. 압권은 극본의 대사보다 서로에게 다음 대사와 행동을 알려주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더 많이 들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었다.
솟아라 솟아라, 맑은 물만 솟아라 (용현 1·4동 한결 / 풍물극)
풍물과 재담으로 마당예술에 적합한 형식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우물제를 지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풍물연주와 액막이타령 등은 신명 그 자체였다. 노령의 출연자들이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조차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을 느끼게 하였다. 소품, 무대장치, 분장 다 좋았음에도 관객의 호응이 적었던 것은 개연성이 약한 서사구조 때문이었다.
우리동네가 왜 용마루야? (용현2동 용마루사람들 / 영상극)
무대 위에서 미리 만든 영상을 보여주며, 두 명의 출연자가 준비한 대본을 읽는 형식의 작품이다. 용마루라는 우리 마을을 알아가는 여정이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어서 극적인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살만해! 용현5동 (용현5동 캡틴걸스 / 연극)
수다스럽게 인사 나누며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소품, 분장, 특히 주황색 형광 양말을 신은 한 배우의 모습은 극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낙섬, 토지금고 등 공동체의 지난 이야기들이 추억의 사진과 함께 그 구성원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마술공연과 인터넷 방송은 내용의 심심함을 가려주는 익살스러운 장치였다. “발전(변화)이 삶의 근간인 추억을 사라지게 한다.”는 대사가 이 극의 주제의식을 잘 담아냈다. 극을 이끄는 한 배우와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일어난 작은 호흡마찰이 옥에 티였다.
미추홀 물길, 엎어라 뒤짚어라 (학익1동 학나래 두드림 / 난타)
물길을 되살린다는 주제와 신명나는 난타가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하리라 기대했던 작품이다. 입으로 작은 소리를 내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무대에서의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사소한 실수는 큰 연주의 흐름에 그냥 묻어갈 정도로 혼연일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능숙한 두드림은 관객에게 주제의식을 약화시키는 도구이기도 했다. 기승전결이 있는 연극에서, 난타 연주 역시 기승전결이 있을진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이 둘의 균형은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非(비)? 備(비)! -버릇없는 수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마냥 / 연극)
꿈과 결여에 대한 이야기를 출연자들이 우렁찬 목소리의 수다로 보여준 작품이다. 시각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한 명만 시각장애인(명원 역)으로 나머지는 비장애인 친구들로 연기했다. 배우들의 참여의지가 열정적이고 활달한 무대분위기임에도 대체로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몸의 감각으로 겪어보지 않은 시각장애 경험을 다 안다는 듯이 편견을 가지고 배려하는 친구들에게 명원은 말한다. “안 보여서 불편한 것이지 내가 모자란 사람이 아니야.” 관객의 공감, 배우들의 연기, 주제의식 등은 좋았다. 다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와 다른 배우들과의 어울림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아쉬운 점이다.
新 별주부전: 미추홀 캐슬 (학익2동 불타는 모난돌 / 연극)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출연한 유일한 작품이다. 짧은 글을 하나 읽어도 엄마 앞에서나 아이 앞에서는 어려운 법이다. 출연자들이 지나치게 차분한 모습이어서 실수는 없었지만 재미(공감)는 반감되었다. 엄마들의 영원한 숙제인 교육문제가 아이들에게 익숙한 옛이야기 형식으로 드러남으로써 출연자들의 특성을 잘 살렸다. 중간에 도입한 그림자극은 작품을 더욱 다채롭게 했다. 무리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하는 대상을 일부 관객으로 설정했으면 관객의 공감 또는 극의 재미를 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환경계엄령 – 공수대첩 (도화2·3동 어수선 / 연극)
배우들이 객석에서 등장하며 관객들이 주제의식으로 접근하도록 배치한 분장, 음향효과, 소품 등은 시작부터 이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환경재앙을 겪는 미래에서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빌어 현재를 되돌아볼 때는 관객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며 몰입시켰다. 다양한 캐릭터와 여러 겹의 이야기 구조가 자칫 산만할 수 있었지만 출연자들의 호흡이 잘 맞았고 준비된 연기력으로 중간 박수까지 받으며 관객의 호응을 충분히 받았다.
비, 그리고 동양장사거리 (주안6동 늴리리야 / 연극)
‘미추홀 수다 - 우리 마을의 이야기’라는 주제의식을 노련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얼마 전 사라진 동양장과 그 주변의 과거 상습침수 사태에 관한 이야기. 이웃과 함께 삼 세대를 넘나들며 풀어낸 서사가 마치 그때 거기에서 내가 겪은 것처럼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배경음악, 분장, 소품 등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또한 내용과 어울리는 적절한 영상 삽입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렇게 며느리가 된다 (다문화 클로벌 / 연극)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단조로울 수 있지만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는 명쾌하기도 했다. 고부갈등, 성인지도 문제를 “서로 도와야 행복할 수 있지”라며 천연덕스럽게 연기해서 웃음을 주었다. 소품, 분장, 무대구성 등이 이 극의 형식과 적절히 어울렸다. 배우들이 이동할 때마다 극의 흐름이 살짝 끊겨서 불편한 마음이었는데 마무리로 한 핸드 벨 연주가 이 마음을 바꿔놓았다.
작은 별의 노래 (청소년 상상치 못한 정체 / 연극)
청소년 자신들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청소년들이라 극이 빠르게 진행되어 따라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 여러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연극의 독보적인 특징이었다. 약간미숙한 부분에서 관객의 “잘한다!” 라는 호응은 출연자들에게 격려가 되었고 마당예술의 소통과 공감을 잘 보여준 순간이었다.
마무리하며........
2019년 제6회 시민창작예술제는 ‘학산마당극 놀래’에서 ‘학산마당예술 놀래’로 거듭 태어났다. 연인원 200여명이 넘는 주민들과 예술 강사들, 그리고 문화원의 담당자들이 만나서 피우는 꽃이다. 올해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시각장애인, 다문화 가정의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세심한 구성의 기획력이 돋보였다. 대부분 연극의 형식을 띠었지만 각 팀의 구성원들 특성에 맞게 그 극 속에서 활용한 매체들은 성공적이었다.
마을공동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극은 소재와 주제부터 주민들의 수차례 논의를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럴 때 미추홀구나 문화원에서 발행한 향토사 연구서들이 강사나 주민들에게 적극 제공되길 바란다. 마당예술의 정체성에 관한 계속되는 토론·연구, 새로운 마당예술동아리 발굴·육성, 기존 동아리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형성, 마당예술 강사들의 다층적인 확보 등 예산과 무관한 일이 없으니 예산확보에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축제가 십년을 바라보는 중턱을 넘어서며 팀원 일부는 바뀌더라도 한 주제를 매년 업그레이드 하는 팀이 생기는 것, 축제에 출연했던 팀원들이 원한다면 마을축제에서 또는 복지관, 노인정, 학교, 도서관, 교회 등 공연무대에 서는 것, 그리하여 미추홀구 골목골목에서 미추홀구만의 전형이 만들어 지고 주민들 스스로의 이야기로 문화의 향기가 퍼져나가길 바래본다.
덧붙여서 돼지열병의 유행으로 야외공연이 실내공연으로 바뀌면서 공연의 공과가 달라진 팀도 생겼을 수 있다. 이럴 땐 심사위원으로서 그저 미안할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새로 얻은 경험이 내년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날지 조금 설레는 마음을 가져 본다. 어쩌면 일 년 내내 마음에 품고 보살피며 가꾸었을 축제 참여자들께 존경과 응원, 그리고 고마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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