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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예술의 공동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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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각로 행복마당

bongyeong2100 0 5402 2014-08-21 11:47:48

수업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할머님들이 일찍 출석을 하셨네요. 오늘은 할머님들이 선생님을 기다립니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저에게 전화를 했었다는 데요, 소고기 볶음, 가지 무침, 쌈에 맛있는 반찬 많이 하셨다면서 밥 안 먹었으면 지금이라도 먹으라 하네요. (하하) 그러나 시간이 한시를 넘어 두시를 달려가는 시간인데 이미 제 뱃속은 음식물들로 꽉 들어차 있었답니다. 근데 왜 전 전화를 못 받았을까요? 혼자서 찌개하나 놓고 밥 먹었는데...어찌나 서운하던지, 전화번호를 드렸으니 다음번에는 할머님들과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할 수 있겠죠? 벌써 군침이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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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오시고 수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지난주 어떻게 지내셨어? 잘들 지내셨어?” 선생님께서 인사를 건네시니
“노래자랑 나갔었지~ ‘처녀뱃사공’ 불렀어~” 라고 춘자 할머님께서 답하십니다.
그러더니 다른 할머님들이 박말순 할머니가 그 노래 전문이라며 한 곡하라고 성화를 하시네요. 그렇게 할머님들의 노래자랑이 시작 되었습니다.

항상 조용하시고 얌전한 천생 여자이신 행복마당 최고령 이종림 할머니께서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부르셨습니다. 목소리도 작으시고 평소 말씀도 없으신 어르신이라 못한다 하실 줄 알았는데 할머니께서는 작지만 가사 하나 막힘없이 2절까지 부르셨답니다. 아담한 체구에 여리신 몸으로 담담하게 부르시는 노래는 어르신의 인생을 가락에 실어 가슴으로 부르시는지 먹먹한 마음으로 다가 왔답니다. 팔순이 넘게 산 세월이 꿈같은 것일까요? 할머니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겠지요? 아니 어쩜 할머니에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수도 모르겠습니다. 수업도 빠지지 않고 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하시던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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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춘자 할머니께서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를 한 곡 구성지게 부르셨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칭찬이 쏟아 졌는데요,
“춘자 언니는 버릴 것이 똥 밖에 없어, 장도 잘 담그고 못하는 것이 없다니께~” (하하)
“박 씨네 셋째 며느리 아주 잘 봤어~ 소죽도 메고 다니겠다니께~”
“키도 크고 덩치가 좋아서 동네에서 박 씨네 며느리 잘 봤다고 칭찬이 자자했었다니까~”
할머님들의 칭찬에 춘자 할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 몸무게가 90Kg이나 나갔었는디 지금은 70Kg밖에 안 나가” (하하)

이번엔 박봉순 할머니께서 주현미 노래 ‘비 내리는 영동교’를 개사해 부르셨는데요, 중간에 가사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끝까지 부르진 못했지만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세월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가사였습니다.(생각 나실 때마다 틈나는 데로 부르셔서 결국 가사를 끝까지 듣게 되었답니다.^^)
‘처녀 뱃사공’이 십팔번이신 박말순 할머니께서도 멋들어지게 노래하시고, 어릴 때 성악을 조금 배웠다는 김금순 할머니께서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보리밭’을 뽑으셨답니다.
노래를 못해서 배우러 오셨다는 박영순 할머니,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를 차분하게 부르시고, 백난아의 ‘찔레꽃’을 구성지게 부르신 박순옥 할머니, 이옥순, 홍숙희 할머니 두 분만 못한다고 하셔서 안하시고 돌아가면서 모두 한 곡씩 하셨습니다. 
한국 사람은 모이면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지요? 할머님들의 흥을 누가 말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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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시작은 민요를 부르는 시간에도 흥겨움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노랫소리가 작아 늘 선생님의 지적을 받으셨지만 오늘 만큼은 아랫배에 힘 꽉 주고 자신감 있게 노래를 하셨답니다.
박말순 할머님께선 지난 시간 고추 말리시느라고 수업에 나오지 못하셨는데요, 오늘은 ‘너무 좋아’, ‘너무 신나’하시며 축제때 우리가 일등 해야 한다고 다른 할머님들도 파이팅 하라고 부추기셨답니다.
오늘 우리 우각로 행복마당 할머님들 정말 기운이 펄펄 나는 청년들 못지않았답니다.

                                                                                                                                                       시민기자 김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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